
라라랜드 리뷰 — 꿈과 사랑,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길을 걷다
처음 라라랜드(La La Land)를 봤을 땐 단순히 음악 영화라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보면서 알게 됐다. 이 영화는 사랑보다 더 깊은 감정 — “꿈과 현실의 교차로”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사랑할 것인가, 나를 지킬 것인가.” 라라랜드는 그 질문에 대한 찬란하고도 잔인한 대답이다.
🎵 사랑보다 어려운 건, 꿈을 놓지 않는 일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재즈를 사랑하지만 세상은 그를 외면한다. 미아(엠마 스톤)는 배우를 꿈꾸지만 오디션마다 고배를 마신다. 그 둘이 서로에게 이끌린 건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같은 결핍’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였고, 동시에 거울이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그들은 사랑을 통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하지만 꿈은 잔인하게도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바스찬은 밴드에 들어가며 ‘진짜 재즈’를 잃고, 미아는 오디션을 위해 도시를 떠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시간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사랑은 여전히 있었지만, 같은 하늘 아래에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진다.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방향이 달라졌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 감독 드미엔 차젤레의 메시지 — 음악으로 인생을 말하다
라라랜드는 단순히 ‘뮤지컬 영화’가 아니다. 감독 드미엔 차젤레(Damien Chazelle)는 음악과 색감, 리듬으로 감정을 말하는 사람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라랜드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이야기’다.”
그 말처럼 이 영화는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슬프지도 않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도 함께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 아름답다.
차젤레는 ‘색’을 언어로 사용했다. 파란 조명은 꿈, 노란 조명은 열정, 빨강은 사랑, 그리고 마지막 흰색은 “이별의 순수함”을 상징한다. 특히 엔딩 장면의 조명 변화는 “사랑이 끝나도 감정은 남는다”는 메시지를 완벽히 표현한다.
🎹 음악 — 재즈가 전하는 사랑의 리듬
이 영화의 감정선은 음악이 만든다.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Justin Hurwitz)는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허물며 ‘감정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특히 City of Stars는 단순히 사랑 노래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순간의 상징이다.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이 가사는 결국, ‘내가 믿는 꿈이 나만의 것일까?’라는 불안의 고백이다. 이 곡이 두 번 반복될 때 한 번은 희망으로, 한 번은 그리움으로 들린다. 음악 하나로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힘 — 그게 라라랜드가 가진 마법이다.
영화 초반의 교통 체증 위 춤 장면도 상징적이다. 모두가 멈춰 있는 세상 속에서, 누군가는 노래하고 누군가는 움직인다. 꿈꾸는 사람들은 현실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 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울 뿐이다.
💔 현실적인 사랑의 끝 — 함께하지 못해도 함께한 시간
영화의 마지막, 세바스찬의 재즈바에서 미아와 그가 다시 눈을 마주하는 장면. 그 짧은 순간에 수많은 감정이 쏟아진다. 미아의 눈빛엔 미련이 없고, 세바스찬의 미소엔 후회가 없다. 그들은 이미 다른 사람과 살아가지만, 그 안엔 여전히 서로가 존재한다.
감독은 이 장면을 ‘상상 시퀀스’로 처리했다. 만약 그때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린 함께였을까? 하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다. 음악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고, 그들은 다시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그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결국 사랑이 사라진 게 아니라, 형태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건 이별이 아니라 성숙이다.
🎥 배우들의 몰입 — 현실 같은 연기, 꿈 같은 감정
라이언 고슬링은 이 영화에서 직접 피아노를 연습해 모든 연주를 실제로 소화했다. 그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정처럼 느껴질 정도다. 엠마 스톤은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장면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장면에서 그녀가 울먹이며 부르는 노래는 ‘꿈꾸는 사람들은 어리석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그들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관객은 그 노래를 듣는 순간, 미아가 단지 배우가 아니라 ‘꿈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라라랜드의 핵심이다. 이 영화는 결국 “자신의 꿈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영화 정보 & 평가
- 감독: 드미엔 차젤레 (Damien Chazelle)
- 주연: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 음악: 저스틴 허위츠
- 제작: Lionsgate / Summit Entertainment
- 개봉: 2016년
- 수상: 제89회 아카데미상 6관왕 (감독상·여우주연상·음악상 등)
- IMDb 평점: 8.0 / Rotten Tomatoes 평론가 점수: 91%
흥미로운 건, 차젤레 감독이 이 작품 전에도 위플래쉬(Whiplash)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뤘다는 거다. 꿈과 현실, 완벽을 향한 집착, 그리고 예술의 고통. 라라랜드는 그 연장선이자, 그의 철학적 완성이다.
⭐ 명대사 모음
-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 “Here’s to the ones who dream, foolish as they may seem.”
-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이 세 문장은 라라랜드의 모든 걸 말해준다. 꿈꾸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바치는 찬가다.
💡 결론 — 사랑이 끝나도, 음악은 계속된다
라라랜드는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생 이야기다. 사랑이 끝나도 음악은 계속되고,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서로의 인생에 영원히 남았다. 그게 바로 진짜 사랑의 완성형 아닐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지금 사랑하는 모든 순간이, 언젠가 누군가의 라라랜드가 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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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ionsgate / Summit Entertai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