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데이(One Day) 리뷰 —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성장시키는 두 사람의 20년
사랑이란 무엇일까? 함께 웃고 울고 손을 맞잡으며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면 서로 다른 길을 걷더라도 계속해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람’일까?
〈원데이(One Day)〉는 그 질문에 잔잔하지만 아주 깊은 대답을 건네는 영화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보다 사랑을 깨닫기까지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무려 20년이다.
📅 매년 7월 15일 — 같은 날, 다른 이야기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두 주인공 ‘엠마(앤 해서웨이)’와 ‘덱스터(짐 스터지스)’의 인생을 매년 같은 날짜인 **7월 15일**만 보여준다는 점이다. 관객은 둘의 20년을 ‘하루씩’만 목격한다.
이 날짜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쌓이고 변화하고 흔들리며 완성된다.” 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담은 장치다.
어떤 해에는 친구로, 어떤 해에는 연인으로, 또 어느 해에는 서로를 잃어버린 상태로 7월 15일을 맞이한다.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사랑도 그 속에서 자라난다.
🌿 엠마 —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엠마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사람이다. 그녀는 꿈을 꾸지만 현실 속에서도 길을 찾으려 한다. 문장력 있고, 유머러스하고, 감정이 단단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덱스터를 진심으로 아낀다.
하지만 그녀는 매번 ‘타이밍’을 놓친다.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시작할 용기와 상황이 맞물리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다. 마음이 있어도 상황이 안 맞으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는다.
🌙 덱스터 — 모든 걸 가졌지만 정작 중요한 건 놓친 남자
덱스터는 젊고, 잘생기고, 인기 많다. 겉보기엔 완벽하다. 하지만 내면은 늘 불안정하다. 외로움이 많고, 충동적이고, 감정이 쉽게 휘둘린다.
그런 덱스터에게 엠마는 ‘안전한 따뜻함’이다. 그는 엠마를 사랑하지만 한동안 그 감정의 이름을 제대로 붙이지 못한다.
사람들은 종종 “사랑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찾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다. 덱스터는 그 과정을 엠마를 통해 배운다.
💬 둘의 의미 — 사랑도, 우정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엠마와 덱스터는 서로에게 특별하다. 하지만 그 특별함이 항상 ‘연인’이라는 형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둘은 20년 동안 연인이었다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가, 서로의 기댈 곳이 되었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다시 깊어졌다.
감정의 모양은 계속 바뀌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그들은 서로의 삶 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사랑은 때때로 함께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동안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
💔 결국, 엠마의 부재
이 영화는 흔한 멜로가 아니다. 결말이 너무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관객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에 엠마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영화는 그 장면을 잔인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덱스터의 무너진 표정으로 모든 걸 설명한다.
그 순간, 관객은 깨닫는다.
“사랑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한 시간, 함께 웃은 대화, 함께 보낸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엠마가 사라지고 나서야 덱스터는 진짜로 이해한다.
🧩 덱스터의 성장 — ‘엠마 없는 삶’을 살아내는 법
엠마의 부재는 덱스터를 완전히 바꾼다. 그는 술에 의존하던 삶을 멈추고 가족과 딸을 챙기고 삶을 다시 붙잡는다.
사람은 종종 사랑을 잃고 나서야 사랑이 준 의미를 깨닫는다.
덱스터는 엠마가 준 마지막 메시지를 마음으로 이해한다.
“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넌 이미 그럴 준비가 되어 있어.”
원데이는 사랑 영화 같지만, 사실은 **성장의 영화**다.
🎼 OST —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리듬
이 영화의 OST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담담하게 비춘다.
- Snow Patrol – “You Could Be Happy”
- Elbow – “One Day Like This”
- Rachel Portman의 잔잔한 스코어
특히 마지막에 덱스터가 엠마와 처음 산을 오르던 장면을 떠올릴 때, OST는 말 대신 ‘기억의 온도’를 전한다.
감정은 극대화되지 않고 조용히 스며든다. 그게 원데이의 힘이다.
📊 영화 정보
- 감독: 로네 셰르피그 (Lone Scherfig)
- 원작: 데이비드 니콜스 소설 《One Day》
- 주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지스
- 장르: 멜로, 드라마
- 개봉: 2011년
- 평점: IMDb 7.0 / Rotten Tomatoes 36% (하지만 관객 평가는 높음)
⭐ 명대사
- “Whatever happens tomorrow, we had today.”
- “I love you, but it’s not the end of the world.”
- “She made you a better person. Don't let that go.”
💡 결론 — 사랑은 끝나도, 사랑이 준 성장은 남는다
원데이는 말한다. 사랑은 반드시 ‘함께 사는 것’일 필요는 없다고. 때로는 내 삶을 바꿔준 사람, 나를 무너뜨리고 다시 세워준 사람, 나를 성장하게 한 사람이 가장 깊은 사랑일 수 있다.
덱스터에게 엠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 인생에서도 누군가 그런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원데이〉는 사랑의 결말이 아니라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