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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 사랑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그림처럼 남다

by 애니로그아웃 2025.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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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 사랑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그림처럼 남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리뷰 — 사랑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그림처럼 남다

사랑은 때로 불꽃처럼 일순간에 타오른다. 그리고 그 불꽃은 사라진 뒤에도 오래도록 잔열처럼 남아서 우리의 삶을 조용히 비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on Fire)〉은 그 불꽃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남겨진 온도까지를 정교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다.

이 영화의 사랑은 격렬하지만 조용하고,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고, 현실적이지만 운명처럼 느껴진다. 대사가 적어도 감정은 넘치고, 사건이 많지 않아도 모든 순간이 뜨겁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랑은 ‘사랑의 운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선택’을 말한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찬란하다.


🎨 그림으로 시작된 인연 — “당신을 그릴게요. 아니, 기억할게요.”

화가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섬을 찾는다. 그러나 엘로이즈는 결혼을 원치 않아 초상화 모델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그녀와 산책하며 얼굴과 몸짓을 기억해 그림을 완성하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바로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이다. 서로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계속 바라보고, 서로를 기억하려 하고, 서로를 그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독특하다.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시작되고, 그 눈빛이 오래 머무르는 순간에 완성된다.


🔥 사랑은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아지는 자”의 관계를 바꾼다

엘로이즈는 처음에는 그림 그리는 행위에 반감을 가진다. 그녀는 평생 누군가의 시선에 갇혀 살아왔다. 결혼해야 하는 여자, 감춰진 여자, 지켜져야 하는 여자.

그러나 마리안느와 함께 있는 동안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같은 눈높이에서 사랑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맞잡으며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아지는 자의 관계를 뒤집는다.

“서로 응시하는 순간, 우리는 동등해졌다.”

이 대사는 영화의 본질을 말한다. 이 영화는 사랑의 관계뿐 아니라 여성의 시선, 여성의 주체성, 여성의 자유를 말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 바다와 불꽃 — 감정의 상징

영화의 색감은 거의 두 가지다. 바다의 푸른 침묵, 불꽃의 붉은 열기.

바다는 엘로이즈의 운명을 상징한다. 도망칠 수 없는 깊고 차가운 현실. 반면 불꽃은 둘 사이의 단 한 번뿐인 사랑의 열기다.

가장 유명한 장면인 **엘로이즈가 불꽃 앞에서 서 있는 신**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 장면은 단순히 예쁜 화면이 아니라, “사랑의 순간은 찰나지만 평생 기억된다”는 뜻을 가진다.


🖼 예술과 사랑 — 그것은 남음의 방식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섬을 떠나면 이 사랑은 현실 때문에 끝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남는 것”을 선택한다. 그녀는 엘로이즈를 그림으로 남기고, 기억으로 남기고, 사랑의 온도로 남긴다.

사랑이 지속되지 않아도, 그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사랑은 형태를 바꿔서 남는다. 그림처럼. 기억처럼.


💔 결말 — 끝난 사랑이 아니라, 계속 살아 있는 사랑

마리안느는 마지막으로 엘로이즈를 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말하지 못한다. 사랑한다고. 행복했다고.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그러나 엘로이즈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모든 감정을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엘로이즈가 공연장에서 비발디 ‘사계’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그 눈물 속에는 기억, 후회, 사랑, 그리움… 모든 감정이 섞여 있다.

이 장면은 가슴 깊이 남는다. 그녀는 잊지 않았다. 그 여름의 불꽃을, 그 사랑을, 그 그림을.


📊 영화 정보

  • 감독: 셀린 시아마 (Céline Sciamma)
  • 출연: 노에미 멀랑, 아델 에넬
  • 개봉: 2019년
  • 수상: 칸 영화제 각본상, 퀴어 팜 수상
  • 장르: 로맨스, 드라마, 예술영화
  • 러닝타임: 121분

💬 명대사

  •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당신에게 건네고 싶었던 수많은 말들이, 결국 그림으로 남았다.”
  • “당신을 기억한다는 건,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 총평 — 사랑은 타오르고, 예술은 그 불꽃을 기억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랑의 시작과 끝을 어떤 영화보다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기억’이고,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남는 감정’이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올라 각자의 가슴에 그림처럼 남는다.

그게 이 영화가 관객에게 남기는 선물이다. 사랑은 끝나도, 그 사랑의 온도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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